제1권 제1편 제3장 화폐 또는 상품유통

발제문 2009. 8. 19. 09:57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자본론』제 1편 상품과 화폐, 제 3장 화폐 또는 상품유통, (b)지불수단

(b) 지불화폐

맑스는 화폐의 기능형태를 (a)퇴장화폐, (b)지불수단, (c)세계화폐 라는 3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a)퇴장화폐는 상품 유통관계의 수로로부터 빠져나오게 된 화폐이다. 즉 교환가치를 상품의 형태로 보관하거나 상품을 교환가치로 보유하려는 욕구로 인해 화폐를 유통수로로부터 잡아당겨 퇴장되도록 만든 것이다. 이 퇴장에 의한 축적은 결국 부, 즉 사회적 부라는 화폐의 기능형태로 나타났다.
이러한 퇴장화폐는 현존 상품의 유통과정(C-M-C 또는 M-C-M의 반복과정)의 문제였다. 즉 주어진 상품의 가치량이 현존하는 화폐와 현존하는 상품이라는 두 등가물과 관계되어 발생한 기능형태였다.
그러나 (b)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는 상품유통의 발전에 따른 새로운 기능형태이다. 동일한 상품의 유통이 동일한 사람들끼리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생각해보자. 그 판매자와 그 구매자 사이에는 일종의 신용관계가 형성될 것이고, 현존 상품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판매계약이 맺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매자가 상품을 사용한 뒤에 상품가격을 지불하는 형태인 후불제도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판매와 구매형태는 기존 상품의 가치형태의 전개방식이나 상품의 변태방식으로 설명할 수 없다.
즉 상품판매와 상품가격의 실현(즉 지불)을 시간적으로 분리시키는 방식이 출현한 것이다. 이제는 반드시 상품과 화폐라는 두 등가물이 판매과정의 양 끝이 동시에 나타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런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결정에 있어 가치척도로 기능한다. 판매자(채권자)와 구매자(채무자) 사이에 계약이 이루어질 당시, 계약기간 내에 지불해야할 상품의 가격인 화폐액을 측정할 수 있게 한다. 둘째, 화폐는 이제 현금통화(currency)뿐 아니라 관념적 구매수단으로 기능한다. 신용화폐인 어음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초적 논의의 차원에서 제외하고 생각해보자. 판매와 구매가 현재 발생하고 지불이 미래에 발생하는 상품계약은 관념적 화폐형태가 있기에 가능하다. 계약 당시의 화폐는 구매자의 지불약속으로만 존재하고, 지불기일이 되었을 때에 비로소 화폐가 지불수단으로 유통에 들어가게 된다. (퇴장화폐에서는 화폐가 부의 축적 차원으로서 1차례 유통과정을 마치고 유통수단에서 끌려 나왔지만, 지불수단은 상품이 이미 유통과정에서 나온 이후에야 유통에 들어간다) 이제 화폐는 유통의 매개 수단이 아니라 교환가치의 절대적 존재가 되어 상품유통과정을 마무리 짓는다.
지불수단이란 기능형태가 등장한 이후, 유통과정의 화폐량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이제는 상품구매가 이루어지자마자 화폐가 유통과정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사이에 상품구매자(채무자)의 지불만기가 됨에 따라 상품의 유통과정에 지불화폐가 들어온다. 이 지불에 필요한 화폐량은 지불수단의 유통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이 유통속도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연쇄관계(채권자A-채무자B, 채권자B-채무자C, 채권자C-채무자A)와 이 연쇄관계자들의 지불만기의 시간차에 의해 결정된다.
만약 (미래에 지불되는)수많은 판매가 동시에 발생한다면 유통되는 화폐량은 지극히 적어질 것이다. 반대로 수많은 지불만기가 한번에 돌아온다면 유통되는 화폐량은 급작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지불 결제의 시설과 방식들이 도입되었다. 맑스는 중세의 어음교환소를 대표적으로 들고 있다. 이 어음교환소는 각 채권-채무 관계를 중계하여 상계(相計)하는 역할을 했다. 즉 서로의 채권액과 채무액을 계산하여 채무차액만을 청산하도록 도와주었다. 이를 통해 유통되는 지불수단의 양을 줄어들게 만들었다고 한다.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 기능형태는 지불불이행에 따른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많은 지불들이 상계된다는 것은 화폐의 지불수단에 있어서의 관념적 기능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적인 지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계산화폐라는 지불수단으로서의 관념적 모습이 순간 사라져 버린다. 사람들은 실질적 금속화폐의 거래만을 추구하려고 할 것이다. 오늘날 신용위기가 발생하여 현금거래만을 추구하려는 경향과 동일하다.
이제 일정한 기간에 유통하는 화폐의 총액은 유통수단과 지불수단의 회전속도가 일정하다면 화폐량=(상품가격의 총액+만기지불 총액)-(상계를 통해 상쇄되는 금액)이다. 이것은 일정기간 사이에 유통하는 화폐량과 유통하는 상품량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상품판매와 상품가격의 실현(즉 지불)을 시간적으로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지불의 기능형태로서 표준적 화폐인 신용화폐를 살펴보자. 우리는 기본적으로 신용화폐라 하면 수표나 어음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신용화폐는 대개 신용이 충분히 보증된다면 현금과 마찬가지로 유통될 것이다. 따라서 10만원권 수표나 요구불예금증서의 경우에는 거의 현금과 동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신용화폐들은 원래 채무증서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구매한 상품에 대한 채무증서로서 신용화폐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신용화폐들은 점차 대규모의 상거래 분야에서 쓰이게 됨에 따라 금화나 은화 등은 소매상업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상품생산의 발전이 일정정도 도달하게 되면, 지불수단으로서의 화폐는 모든 상품계약, 지대, 조세 등의 기본 재료가 되었다. 조선시대 후기에 “공납제에서 대동법으로”으로 변화하고, 다시 “대동법의 직물납부에서 현금납부”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화폐의 지불기능이란 형태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상품생산의 자연적 조건과 사회적 조건에 의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각 사회의 형태가 다르다. 맑스는 프랑스와 터키, 일본을 비교하면서 조세납부의 변형형태에 따라 빈곤과 농업 생산관계의 변화가 발생하였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상품생산의 자연적 조건에 따라 지불기일이 집중되면서 상계와 같은 지불수단 절약구조의 교란이 발생한다. 따라서 채무의 지불기일에 대비해 화폐축적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지불준비금과 같은 퇴장화태가 증가한다.

(c) 세계화폐

금화나 은화 등 화폐는 국내 유통분야를 넘어서자마자 국내에서 가지고 있던 기능들(가격의 도량표준, 가치상징의 국지적 기능 등)을 버리고, 귀금속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 간다. 따라서 세계시장에서 화폐는 비로소 상품 그 자체(추상적 인간노동이 사회적으로 실현된 상품, 즉 노동가치설)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세계화폐는 국제무역을 위한 일반적 지불수단, 일반적 구매수단, 그리고 국제적 부의 기준으로서 부 일반의 절대적․사회적 체현물로 기능한다.
각 국가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내유통을 위한 준비금처럼 세계시장의 유통을 위한 준비금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각 나라들은 국제무역이 활성화됨에 따라 금본위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세계화폐로서의 금과 은은 두 가지 수로의 형태로 흘러간다. 첫 번째 수로의 형태는 금과 은이 광산과 같은 원산지로부터 세계시장으로 흘러나가, 각 나라의 유통수로로 흡수되거나 이 유통수로로부터 퇴장되는 길이다. 두 번째 수로의 형태는 국제적 유통수로사이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길이다. 두 번째 수로들은 각 국가 환율의 변동에 맞추어 그 목적지를 바꾼다.